1. 최근 몇 달간 A 업소의 포인트 카드 광고, 또 다른 B 업소의 캔커피 광고의 내용이 남자의 병역의무를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하여 사회적 이슈가 된 일이 있다. 이 광고 보고 기분이 나쁜 사람이 꽤 많은 듯 하다.내 경우엔... 그 광고 만든 애들은 여기가 미국이 아니란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었으면 문자로 You fired 해고통고 받고 바로 쫓겨나거나 길에서 총 맞아 죽었을 거다. 누가 쏴죽이겠단 건 아니고 그냥 그럴 거란 이야기다.
2. 왜 그런 광고가 만들어질까? 광고 만드는 사람들이 코맹맹이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성공 사례 중 하나가 베네통사의 쇼킹 센세이셔널 마케팅 기법이다. 종교적 터부, 동성연애적 터부, 죽은 병사의 의상, 에이즈로 죽어가는 환자의 모습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향한 과감한 묘사로 대중에게 충격을 주어 브랜드 인지도를 두텁게 한다는 전략을 기반으로 한 이 마케팅 기법은 개개인의 모럴에 따라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지만 광고 전략적 면에서 본다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광고를 두고 광고 제작 노동자들이 여자들이라 병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돌지만,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다. 광고 업계도 그다지 병역필 비율이 높지 않은 분야이고 설령 군대를 갔다온 제작 노동자라 하더라도 내용 상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군대, 군인은 광고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조직과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3. 신제품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을 소개할 때 군인들을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군인들은 실제 소비생활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왜 소비생활과 거리가 멀까? 군인들 지갑에는 자기 앞가림할 돈도 없다. 2009년도 현재 한국군 병장의 월급은 97500원이다. 옛날보다는 많아졌지만, 그야말로 옛날보다 많아진 거지 한달 동안 이 돈으로 뭔가를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병역을 이행하는 대부분의 장소는 사회적 소비지역과 먼 곳에 위치해 있다. 평소에는 부대 안에 갇혀있어야 하며 주말이라고 쉽게 밖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달 군인들에게 주어지는 월급 중 대부분은 군부대 내에서 소비되게 마련이다.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여러번씩 꾸준히 구매활동을 해야만 포인트 적립에 의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 제도에 있어서도 매력이 없다.
장사의 기본 이치는 잠재고객을 실제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에게 소비의 필요성을 (과장된 표현과 수법을 사용해서라도) 일깨워주고, 그들이 소비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다. 소비활동을 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는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옷가게를 가도 손님에게 이 옷 너무 잘 어울린다 다른 사람은 몸 라인이 안 살아서 이거 못 입어요 이러면서 다른 인간은 몸매가 나쁘고 당신은 잘 났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그런 경우이다.
자신들의 잠재고객이 젊은 여성이며, 그 잠재고객들에게 같은 연배의 현역 대상자나 전역 예정자는 매력적인 남성이 아니고 사회적 여유와 인간적 매력을 가진 셀레브러티 가이가 이상적인 남성상이라는 자료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들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역시 그 자료에 맞춰 만들어지게 된다.
못된 내용을 담은 광고를 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자기보고 광고 만들라고 하면 통계자료에 따라 잠재고객인 젊은 여성들 지갑 속 카드를 꺼내게 만들 수 있는 광고를 만들지 카드는 커녕 콜렉트콜로 비굴한 전화나 거는 군인들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광고는 안 만들 거다. 군인들을 기분좋게 해주는 광고라면 브랜드 이미지 업을 위한 광고가 되지 즉각적 효과를 노려야 하는 뉴 캠페인 광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려 대상이 아닌 사람들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3. 하지만 고려를 안 한다고 해서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기 위해 아주 싸가지없는 광고 샘플을 하나 만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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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당신의 10년지기 친구가 교통사고로 양다리를 잃었습니다."
S#2 "하지만 당신에겐 슬퍼할 시간보다 기뻐할 시간이 더 많습니다."
S#3 "건강한 당신은 런닝 슈즈를 신고 조깅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S#4 "당신의 건강한 두 다리를 위하여, OOO 런닝 슈즈 2009년 신제품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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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총에 맞아 죽고 싶다면 저런 광고를 내보내도 될 거 같다.
실제로 대부분의 운동용품 광고는 몸이 불편한 사람, 운동을 못 하는 사람, 비만인 사람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 건강한 육체미를 과시하는 모델들이 운동의 즐거움, 건강한 신체의 기쁨을 전달하고자 할 때마다 그들같은 몸을 가지지 못 하는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끼니를 굶은 사람이 점심시간의 식당가에서 밥 먹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스트레스 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운동용품 광고를 안 할 수는 없다. 건강한 몸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 건강해 지고자 하는 사람, 스포츠 룩으로 자신을 치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소비생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재고객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와 관심으로 그들의 소비 마인드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광고만 만들면 된다.
하지만 잠재고객이 아닌 사람들을 고려하진 않아도 된다고 해서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다.
군인들은 분명 비현실적인 병역 제도와 금전적 댓가로 현대 소비사회에서 고려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그들을 고려하지 않는 신제품이나 관련 광고 등에 대해서는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배려하지 않는 건 당연한 선택이 아니다. 매우 질나쁜 선택일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식의 이슈화가 된다고 해도 군인들의 실질적 소비능력이 계속 도시 하층민 이하인 이상 고려는 여전히 없을 것이며 배려조차 없을 것이 뻔히 보이는 현실이다.
어쩌겠어 그런 나라인 걸.
Tacticat 090724 1728.

댓글 2개:
흠. 과연 한국군 병사들의 월급>월 소비 금액인지는 생각을 해봐야..
월급 2만원 미만이었던 시절 한국군 평균 월 사용 금액이 7만원이었던걸 생각한다면.....ㄷㄷㄷ
대한민국 육군의 병사들 월급이 국방비를 갉아 먹는다는 건 개소리가 틀림없습니다. 그 돈은 전부 육군 복지단이 걷어 가고 때에 따라서는 더 많이 걷어가기 때문에....
익명 / 말씀하신대로 한국군에서는 병사들의 소비가 월급 < 소비금액일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소비 지향적 광고의 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죠. 제 이번 글은 이야기 풀이가 엉성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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