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30일 목요일

기자들의 사진 촬영과 포즈 요청


1. 지난 7월 24일에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정... 푸풋, 미안 너무 웃겨서.

2. 죄송합니다 다시 할께요. 아 우꼉.

3. 지난 7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충북의 기숙형 공립고인 괴산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여기서 괴산고의 학생들과 하트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이 언론사를 통해 퍼지면서 비난 여론의 씨앗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이명박이 뭐가 좋다고 그런 포즈 취하며 사진을 찍었냐고 학생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일부 학생들은 우리도 강요당했다, 절대로 좋아서 그런 포즈 취하고 사진 찍은 게 아니다라고 항변을 했다. 시간이 좀 지나니 친서민정책이라지만 결국 거짓된 사진만 찍을 뿐 사람들 마음에 앙금만 생기게 하는 행동은 속빈 강정이라는 형태의 비판 여론이 많아지고 있다.

4. 안될 놈은 뭘 해도 안 되는 거 같다. 한번 찍힌 녀석은 뭘 해도 미워보이지. 나도 걔가 거기 가서 학생들하고 포즈 취하고 그럴 때 놀고 있네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비판 여론이 다글다글거리는 걸 보면 못 생긴 녀석이 쇼맨쉽 좀 발휘하는 걸 두고 정책 비판하는 소스로까지 활용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누구 말대로 걔가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었어도 그런 사진은 연출되어 만들어진다. 그건 정권 성격이나 지도자의 덕망 문제가 아니라 기자들의 직업적 습성 때문이다.

5. 기자들은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기도 하지만 자기들이 현장을 이용해서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학생들이 어설픈 포즈를 취한 사진을 찍는 것보단 좀 더 재미있는 포즈를 취한 사진을 찍는 쪽이 눈길을 잡아끄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어지면 거기에 맞춰서 사진을 만들기 위한 수고 정도야.



6. 몇 년 전에 특전사 여름캠프 취재를 간 적이 있었는데, 어린 학생들이 한국군 전투복을 입고 열심히 굴러대고 있었다. 참가자는 여자 고등학생, 남자 고등학생으로 조를 나누어 각각 다른 코스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기자들은 여자 고등학생들 조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남자애들보단 여자애들이 그림이 더 잘 나오거든. 물웅덩이에서 기마전을 할 때나 수영장을 이용한 훈련을 할 때는 좀 더 크게 소리를 지르게 하고 '좀 더 그림이 되는' 얼굴을 한 여자애를 잡아다가 그림이 나올 때까지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다고 돈 주는 건 없다. 돈은 안 들이고 좋은 사진만 골라내면 된다.

7. 저런 행동이 나쁜 건 아닌데... 취재 현장에서 트러블이 날 때가 있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기자들은 매체에 따라 찍는 피사체도 다르게 고르고, 카메라 앵글도 다르게 잡는다. 그런데 군경 관련 취재에서 밀리터리 관련 매체들은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을 잡아내고, 실제 활동하는 모습을 잡아내기 위해 뛰어다니는데 '실제보다 더 그럴싸한' 샷을 잡아야 하는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나 인터넷 웹 매체 기자들은 장비의 위치를 바꾸거나 군인들의 위치를 바꾸거나 동작을 실제와는 다르게 취하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예를 들어 해병대 상륙훈련을 한다고 치면 한 대의 장갑차에서 나오는 인원은 정해져 있고 그들의 장비도 편제로 맞춰져 있는데 기자들이 좀 더 그럴듯한 샷을 잡기 위해 기관총이나 중화기같은, 좀 더 그림이 쎄게 나오는 장비를 든 군인들을 장갑차 안에 정원수보다 많이 우겨넣거나 정원수보다 적게 집어넣고, '실전에서였으면 총 맞아 죽기 딱 좋은' 모션으로 뛰어다니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자기들 잡고 싶은 샷들을 잡아대는게 관행이 되서 기자들이 한번 지나간 자리엔 풀도 안 남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8. 군경도 이젠 노하우가 쌓여서, 훈련 공개할 때도 기자들 샷 잡는 시간 따로 두고 자기네 훈련은 별도로 진행하기도 한다. 아예 공개일과 실제 훈련일에는 프로그램 자체가 다르게 편성되기도 한다. 어차피 실제 훈련 보여줘봤자 알아보지도 못 하고 그림 안 나오고 불평하는 녀석들한테는 샷 잡기 좋은 모습이나 보여주련다 하는 의향이고 실제로 그 의향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좀 웃기긴 한데 이런 게 일종의 실용주의지 싶기도 하다.

9. 그런 모습을 한참 보니 이젠 어지간한 방송 뉴스같은 걸 보면 저것도 기자가 시킨 거겠구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냐 하면 비가 와서 치마가 날리는 장면은 기자가 치마 입은 여자한테 나가서 허벅지 좀 보여주세요 시킬 거 같고, 사고가 나서 사람 여럿 죽었을 때 상가집 비춰보여주는 장면을 보면 혹시나, 유족에게 "저기요, 좀 더 구슬프게 울어주실 수 없을까요?"같은 요청을 하는 기자가 없을까 걱정되기까지 한다.

10. 존댓말이나 하면 다행이지. 왜들 그렇게 반말들을 하는지. 다 지들 친구야.

11. 이번 괴산고 하트 사진을 두고도 현장에 있던 기자 하나가 "그 사진의 하트 포즈는 정부의 요청도 대통령의 요청도, 경호원의 요청도 아닌 기자의 요청으로 취한 포즈였다"라고 커밍아웃(?)한 모양인데 자기도 찍을 땐 좋다고 찍었을 거면서 뭘 뒤늦게 기자가 시킨거다 그런 소릴 구태여... 그러다가 취재 현장에서 왕따 당한다 너. ㅋㅋ

12. 이런 말 하는 나도 왕따 당할까? 왕따 이전에 언론사 기자들 눈엔 나같은 애들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 A로 보이기 때문에. 발에 차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몇 년 전 모 언론사 기자가 자기 지나가는데 방해된다고 모 밀리터리지 기자한테 "이런 씨발"하면서 차도로 밀어버려서 사고가 날 뻔 한 적도 있었으니 말 다 했죠.
아마 그때 험머에 치어 다치거나 죽었으면 또 엄한 녀석들이 미군 철수 시위하면서 죽은 기자 열사 만들었겠지 생각하면 좀 웃긴다. 죽게 만든 기자도 그 현장 취재다니면서 역사의 순간을 스케치하겠지. ㅋㅋ 지가 죽게 해놓고선.

13. 아무튼 너무 까지 마라. 어차피 특정 신문 밖에 안 본다. 사실 좀 까도 돼. 누구 이야기지?

Tacticat 090730 2020.

댓글 2개:

dukepitt :

결국 프레스용 사진 혹은 영상의 경우한정된 지면과 시간에 해당 내용을 보여줘야 하니까요(물론 신문/잡지의 경우 텍스트가 따라 붙기 때문에 해당 텍스트의 설명을 보조하는 역할로 쓰이기도 하죠. 거꾸로 텍스트가 사진의 내용을 보조 설명하기도 하구요).

온라인 매체의 경우 사진, 혹은 동영상을 여러 개 올릴 수 있으니 괜찮은데 오프라인의 경우 매체 특성상 어쩔 수가 없죠.

대신 결정적인 한방을 찍는데 - 혹은 만들어 내는데 - 익숙하죠

Tacticat :

dukepitt / 매체 특성에 업무 특성까지 겹치니 사진 컨텐츠의 제작과정이나 결과가 흔히들 생각하는 '진실된 보도'와는 차이가 생기는 게 현실이겠죠.

그런데 그런 걸 곧이 안 보고(웃기면 웃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굳이 언론 장악이나 미디어법과 묶어서 생각하는 걸 보면 뭐에 쫓기는 사람들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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