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주요 인물 경호라면 시도때도 없이 철저해야 할까?

1. 지난 8월 2일은 일요일이었다. 8월 1일이 토요일이고 8월 3일이 월요일이니 8월 2일은 분명 일요일이다. 주말에 일하는 직업도 있고 월요일까지 끝내야 할 작업이 있는 업무도 있겠지만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게다가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었으니 토요일도 어지간해선 '일'하고는 거리가 먼 날이라 봐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일요일에 '일하지 않고 논' 죄로 비난받는 사람들이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장, 국가정보원 경남지부장, 육군 39사단 사단장 등이다.
이들을 포함한 일부 경남지역 인사들이 지역 내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그 사실이 알려져서 물의를 빚은 걸까? 아니면 보도한 언론사가 그 사실로 물의를 빚고 싶은 걸까 의구심이 든다.

매일경제 박동민 기자의 8월 4일자 기사 대통령 오건말건 접대골프 친 경남 기관장 4명에서는 경남지역 인사들이 2일에 골프와 음주로 여가시간을 보낸 내용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비판의 이유에 대해 기사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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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 기관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여름휴가를 위해 경남 모처의 휴양소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경비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골프 라운딩을 한 뒤 술자리까지 함께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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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는 원칙적으로 청와대 경호실의 업무이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부분이니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그만큼 알고 있지도 않고), 대통령의 동선에 따라 경호하게 될 경우 경호지역, 경호인력, 경호시간 등을 정리하여 경호계획을 세우게 된다. 전문용어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기도 한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그런 그림을 그려놓으면 지방경찰청과 관련 단체는 그 그림에 맞춰 경호임무를 분담하게 된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건 청와대 경호실의 몫이지 지방경찰청이나 국가정보원 지방지부의 몫이 아니다. 사전답사나 예행연습 역시 청와대 경호실의 판단이 최우선시된다. 물론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청와대가 강제적이나 독단적으로 계획을 짜거나 실무를 지시하지는 않는다. 청와대 경호실은 흔한 생각과 달리 지극히 젠틀하다. 발짓으로 리모콘을 가져오라고 시키는 내무반 고참형이 아니라 '저기 있는 물건을 가져다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정중한 신사형이다. 그 대신 계획에 따라 실제 업무나 리허설이 진행될 경우 지방경찰청 경찰관 등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긴장감이 요구된다. 근무 비번이라도 동원될 수 있고 경찰서 내의 인력을 '탈탈 털어서' 현장에 투입해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긴장감은 어디까지나 그 정도의 요구사항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대통령 관련 경호업무라 하더라도 비서실에서 그 정도 요구사항이 없을 때는 누가 대통령이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부드럽고 간략한 경호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기사를 쓴 기자는 대통령이 3일에 오는데 2일날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신 사람들을 야단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 비난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2일이 평일이며 골프나 음주가 업무시간 중에 이루어졌다면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지만 휴일날 다 큰 어른들이 골프 치고 술 마신 게 무슨 죄란 말인가? 기사가 실린 언론사가 종교 계열지였다면 나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경제 전문지에서 저런 비난조 기사가 나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3일 방문에 앞서 리허설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제대로 쉬기도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할 일 다 하고 쉰다면 휴일에 뭘 하고 쉬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다. 한국전쟁 때는 북한 점령지역에 침투하는 특수부대원들에게 침투 전에 휴식을 취하게 해주었는데 지금이 그때 만도 못 하단 말인가? 만약의 경우, 중죄인처럼 비추어지는 인물들이 대통령 경호업무를 소홀히 하고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사 내에는 그에 대해 납득할만한 어떠한 근거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대통령이 오는데 어떻게 술을 마시냐'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이 바탕에 깔려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온다고 찬물로 목욕이라도 해야 한단건가? 내가 무슨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Tacticat 0908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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