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1일 화요일

손지창과 병역비리 논란

0. 연예인 손지창이 3월 27일 방송된 SBS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아침'에서 자신을 둘러싼 병역비리 논란에 대해 자신이 사생아이기 때문에 면제가 되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같은 방송에서 손지창은 "군대를 가기위해 대학교 2학년 때 입영원을 냈다. 하지만 내가 어머니 호적에 올라가 있고 어머니가 결혼을 안하셨기 때문에 사생아로 되어 있었다. 당시엔 사생아는 군 면제자로 분류됐다. 당시 체력검사 결과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사생아라 군대에갈 수가 없었다. 나는 군 입대를 기피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1. 일단 깜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자기가 사생아라는 걸 방송에 나와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앞에선 연예인이라고 했지만 드라마 출연 등 연예생활을 꾸준히 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미지 때문에 그러기 힘들었을 것이다. 드라마보다도 연예인의 밥줄인 CF제의가 쏙 들어갈테니 말이다. 사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사업으로 먹고 살 걱정이 없는 듯.
그리고 사생아라는 개인사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자기 가족에게도 상당히 영향이 있는 이야기인데 손지창 정도로 연예계에 안 좋은 루머 별로 없고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사람이 저렇게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병역비리 구설수와 부모님의 포지션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을까 싶기도 하다. 정작 병역비리로 군대 빠진 사람들은 아무런 고민없이 잘 사는 모양이던데...

2. 연예 전문 블로그가 아니니 손지창이 주장하는 병역 관련 부분에 대해 짚어보자. 손지창은 1970년생이며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들어갔다면 89학번이 된다. 2학년 때 입영절차를 밟았다면 그때는 1990년이 된다. 홍익대학교를 다녔다고 하는데 학번에 대해서 정확히 나와있지 않으므로 재수를 했거나 삼수...까진 좀 아닐 거 같지만 아무튼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90년대 초반이 된다.

이 당시의 병역제도는 어땠을까? 신성한 국방의 의무보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한 마디로 개판이었다. 지금은 인구감소로 인한 장정 부족으로 현역 징집대상자가 줄어들어 고민이지만 그때는 남아도는 게 남자라 고민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징집대상자를 필기서류로 관리하였다.

사람은 많은데 손으로 만든 서류로 관리된다는 건 누락이나 착오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며 그런 환경에서는 병역비리 역시 일어나기 쉽다.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쓴 잔을 마시게 한 것도 아들 이정연의 1991년 병역비리 의혹이었다.

그렇다면 손지창도 병역비리? 사생아라 군대를 면제된다니 말이 안되잖아-라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는 스스로도 사생아인데 군대에 간 사람들도 있을 듯 싶은데, 사실은 내가 그렇다. 필자는 1995년에 신검을 받았는데 1990년에 신검을 받은(것으로 예상되는) 손지창과 마찬가지로 '어머니 호적에 올라가 있고 어머니가 결혼을 안하신' 상황이었다. 그런데 입영대상자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면제대상 기준이 바뀐 것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보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몇 년만 일찍 태어났으면 안 갈 수도 있었는데 아깝다.

몇년 사이에 바뀐 것은 면제대상 기준 만이 아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병역 관리에 전산화가 도입되어 착오와 누락이 대폭 감소되었다. 필자의 선배 중 한 명은 1974년생인데 이 양반은 1993년에 신검 받으러 오라고 할 때가 됐는데 도통 소식이 없길래 궁금해서 병무청에 문의했더니 서류가 서류철 뒤로 넘어가서 신검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그대로 갔으면 면제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문의했다가 전차병이 되어 K-1 전차 조종 교육받고 자대에선 M-48을 몰며 고생을 했다고 한다.

"내가 왜 그때 괜히 물어봐서 전차병이 됐지! 게다가 교육은 신형전차로 받고 자대는 구형전차라니?!"

자연히 병역비리도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90년대 이후 병역비리가 줄줄이 터진 것은 뭘까? 아마 서류로 관리하던 아날로그 시절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병역비리를 저지르던 관련자들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을 못 하고 여전히 구시대적 방식으로 비리를 저지르려다가 꼬리가 밟힌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병역비리에 대해 군 내부에서 진지한 자세를 취한다는 의미도 된다. 병역비리보다 아예 이중국적 취득 등으로 병역제도 바깥에 존재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병역비리가 어려워졌다는 반증이다.

장정이 많고 서류로 관리하던 시절에는 이상한 병역비리도 많았다. 비리라고까진 뭐하고 태업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은 인구감소로 현역입영을 못 시켜서 안달인 상황이지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역입영 TO가 제한되어 있어서 입영대상자를 정리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필자의 또 다른 선배는 1980년대 중반 입영대상자로 병무청을 찾았다.

"군대 갈 나이구만. 자네 전공은 뭔가?"
"만화를.. 좀 그립니다..."
"음... 만화? 손으로 그리는 거잖아."
"네..."
"그럼 군대 가서 만화 못 그리면 실력이 떨어지겠네?"
"네...(이 자식이 누구 놀리나?)"
"그럼 안 되지. 군대 면제시켜줄테니 만화 계속 그리게."
"네?!"
"왜 싫어? 군대 갈래?"
"아, 아뇨..."

그렇게 그 선배는 면제가 되었다. 농담같다고? 사실 당사자 말만 들어서는 모를 일이고, 아마 다른 면제사유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저런 농담이 통할 정도로 검사관의 권한은 막강했으며 그들이 정리해야 할 장정은 줄을 지어 들어왔다. 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위병 판정같은 경우도 재량권이 상당히 컸던 부분이다. 현역 대상자임에도 현역과 방위병 규모를 조절하기 위해 방위병으로 판정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당시 내무부에서 전의경 제도에 여유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남아도는 건 사람이다'라는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람이 없어서 공익까지 끌어다 쓰고 있지만...

3. 인구가 줄어들고, 북한, 일본, 중국과 대치해야 하는 특성 상 징병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한국에서 병역제도는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입영 대상 장정이 넘쳐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사실 그때라고 마구 해도 되는 건 아니었건만) 그런 제도를 누구는 호적이 엄마 앞으로 되있다고 빠지고 누구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한다고 빠지고 누구는 일본사람에게 인기가 있다고 해서 빠진다면 말이 안될 거다. 인구가 줄어들고 시대가 바뀌면서 병역제도는 변화하고 있다. 당연히 손지창처럼 고민할 사생아는 없다. 나 엄마 뿐인데 잉ㅠㅠ 이래도 군대 끌려가니 안심(?)이다.
하지만 의무병역 대상자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음? 징집의 벽이 높다니 무슨 소린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전히 여자는 징병제의 대상이 아니고, 남자 역시 외견 상 한국인의 특성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징병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부모님 다 계셔도 혼혈아는 군대에 못 간다는 이야기다.

http://www.mma.go.kr/kor/s_navigation/reduction/reduction05/index.html

겨울같지 않은 겨울이 지나 이제 봄이 되어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한국의 기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바뀌는 건 기후 뿐이 아니다. 한국사회 역시 다민족 구성이 되어가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군대는 '한국인 만의 특권'이 될 수 있을까? 고소득 한국인은 원정출산이나 이중국적 등으로 병역대상이 되지 않으며 혼혈 한국인은 제2국민역으로 처분된다. 부모님이 한국사람이고 가진 게 없다는 이유 만으로 머리 까맣고 얼굴 노란 남자들만 군대에 보낸다는 건 좀 생각해볼 문제다.


댓글 1개:

익명 :

임재범 가수
출생 1963년 10월 14일

가족
동생 손지창,
배우자 송남영,
아버지 임택근 <-60~70년대 국민앵커 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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